글. 조용호 비전아레나 대표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다시금 제조업이 조명받고 있다. 그동안 금융산업 대비 외면받았던 미국에서조차 고용창출 능력과 실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제조업 부활이라는 백악관의 정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는 친환경 전기차, 3D프린터 기술의 발전 등과 함께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나이키의 경우도 단순히 신발을 만들어 팔던 기업에서 나이키아이디를 통해 개인들에게 맞춤형 신발 제작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나이키플러스를 통해 전세계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기록을 경쟁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그리고 이제는 팔찌 형태의 운동 기록 수집기를 통해 그 영역을 뛰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운동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점점 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면서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을 가지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감지할 수 있는 기업만이 앞서가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판매하기 보다는 운행횟수에 따라 돈을 받는 기업도 존재한다. 판매형이 아닌 정수기 임대와 같은 설치형으로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다.제2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쉐이프 웨이즈와 같은 경우 역으로 서비스를 제조화하였다. 사람들이 올리는 다양한 3D도면을 모아놓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On Demand로 찍어낸 후 배송해주고 있다. 클라우드안의 정보창고에 저장된 실제 물건을 파는 영역에서는 이미 가장 큰 쇼핑센터가 되었다. 제조업의 변화를 제조업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제조화라는 측면에서 동시에 조망해보고 그것이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목차1. 제조업 다시 조명 받다 2. 나이키와 레고의 변신은 무죄? 3. 고객 플랫폼으로서 서비스의 가치 4. 3D프린터가 이끌 서비스의 제조화 5. 제조의 서비스화가 내포한 미래 가치 6. 향후 과제
1. 제조업 다시 조명 받다
최근 미국 내에서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금융이나 서비스 업종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높다고 여겨졌던 때문에 미국 내 제조업의 투자 증가에 대해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의 경우 기존에 중국에 아웃소싱하던 맥 조립 라인의 일부를 미국내에 만들기로 결정했고, 아웃소싱의 대표주자였던 월마트 역시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해서 매장 진열대에 올리기로 공언했다. 그 규모만도 500억불이니, 한화로는 60조원에 이른다. 그러면 왜 미국에서 다시 제조업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걸까.
우선은 중국 등 신흥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해마다 올라서 생산비용이 올라갔고, 항공과 선박으로 완제품을 들여오는 데 드는 운임비용이 연료가격 상승으로 상당폭 증가했다. 반면 미국에서 발굴된 세일가스 등의 대체 에너지 개발에 의해 자국 내 생산 에너지 사용의 경제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비용 측면의 변화 이외에도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도 변화가 존재한다. 우선 시장 측면에서는 고객 니즈가 빠르게 변하고, 제품의 생명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점차 긴 생명주기를 감안한 대량 생산 체계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다. 오히려 소비자 시장과 가까운 곳에 생산 근거지를 마련해 놓고 소비자의 피드백에 따라 재빨리 제품을 바꾸어 나가면서 시장에 적응해가는 것이 좀 더 생존에 적합한 방식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제조 환경에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디자인하여 바로 생산하는 환경이 보다 널리 보급되고 있다.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3차원 프린팅 기술의 경우 이러한 변화를 앞당기는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시제품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했던 기술이지만, 다양한 소재 개발 및 소프트웨어 발전, 핵심 특허의 만료에 따른 기술 보급, 오픈 소스 방식의 기술 개발과 커뮤니티 형태의 지식 보급 확산 등에 힘입어 이제 3차원 프린팅 기술은 기업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미국에 제조업이 일부 되돌아오고는 있지만 기존에 많은 고용을 유발하던 전통적인 공장이 아닌 최첨단 기계와 적은 인원으로 운영되는 공장이 주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단지 제조업의 물리적 거점이 바뀐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가지진 않는다.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부분은 이미 제조업과 서비스 업종과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조업의 가장 취약점 중에 하나인 고객 관계 기반이 없다는 문제를 서비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시장에서 고객을 처음 만나는 기업은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시장에 나가기 전에 이미 고객과 만나 있는 기업만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큰 의미를 지닌다.
2. 나이키와 레고의 변신은 무죄?
나이키는 여전히 마케팅 회사일까.
나이키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집중하고, 생산은 철저하게 아웃소싱하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마이클조던을 광고 등에 활용하면서 나이키만의 색깔을 가진 스포츠 스타 마케팅도 유명하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TV를 통해서 방영되고 소비되기 때문에 TV광고는 나이키 마케팅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나이키가 TV에 쏟아붇던 마케팅비용이 최근 40퍼센트 가까이 줄고 다른 비전통적인 마케팅 방식에 사용하는 비용은 전체 3조 가까운 예산 중 삼분지 일에 이른다고 한다.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2억명 가까운 스포츠팬들이 시청하고 천문학적인 광고비용이 지출되는 슈퍼볼 이상의 노출을 나이키는 Nike Plus 사이트 같은 서비스 접점이나 소셜네트웍 커뮤니티를 통해서 매일같이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2006년 나이키 플러스를 통해 달리기를 통해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 시작은 이미 알려졌다시피 애플과의 공동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아이팟과 연결된 신발에 장착하는 나이키 운동센서에서 시작했다. 이어서 운동량 측정이 가능한 전자 시계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퓨얼밴드 (Fuel Band)라는 혁신 제품까지 내놓았다.작년에 출간된 책 벨로시티(Velocity)에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나이키 디지털 스포츠팀의 스테판 올랜더 (Stefan Olander)는 이러한 나이키의 변화의 이유를 설명해준다.“지속가능한 고객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면 확장성을 갖춘 고객 플랫폼을 구축한 다음 디지털과 오프라인 접점을 넘나들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 벨로시티 p.236나이키에게 서비스는 고객 관계를 개척하고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마케팅 툴이 되고 있다. 나이키의 마케팅은 스포츠 스타를 통한 TV 매체 광고에서 진화하여 서비스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까지 아우르며 발전하고 있다.나이키 CEO인 마크파커 (Mark Parker)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은 새겨볼 만 하다. “과거의 고객과 연결 방식이, ‘여기에 제품이 있고 여기는 광고가 있습니다. 마음에 드시길 바랍니다’였다면 오늘날은 대화를 통해 연결한다.” [2]이제 나이키를 운동화를 파는 서비스 회사라고 부를 날이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자포스(Zappos)는 스스로를 ‘신발을 파는 서비스 회사’라고 부른다. 조금 다른 의미의 서비스긴 하지만, 현재까지 나이키의 변화로 보았을 때 영 가능성 없는 일도 아닌 것 같다.
레고는 장난감 회사 이상을 꿈꾼다
레고는 더 이상 단순한 장남감 회사가 아니다. 소비자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협업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이를 통해 후발주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상당한 거리를 벌여놓고 있다.조립식 어린이 완구로 유명한 레고는 1988년경에 특허로 가지고 있던 많은 특허들의 보호기간이 만료되면서 유사한 블록제품을 만드는 경쟁자들에게 노출되었다.
그 당시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의 차별화 및 소비자 커뮤니티와의 연계를 모색하게 된다. 제품 차별화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 레고 마인트 스톰 (Lego MindStorm)이다. 블록 조립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든 것이다. 마인드스톰은 고객층 역시 어린이 뿐 아니라 좀 더 나이 많은 성인층(키덜트족)까지로 넓힐 수 있었다.그리고 레고는 레고 팩토리 (Lego Factory)를 통해 공식적으로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레고블럭을 디자인하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게 된다.
디자인위드미 (DesignWithMe)라는 이름으로 내가 디자인한 블럭 디자인을 레고에서 제작하고 멋지게 포장해서 보내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2012년 1월경에 공식적으로 종료되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멋있는 제품들이 적은 반면 운영 비용은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대신에 컴퓨터로 자신만의 레고블럭 장난감을 만드는 기능은 여전히 제공하고 대신 원한다면 블럭 단위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레고는 대신 일본회사인 큐슈와 제휴하여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직접 올린 자신만의 레고 장난감 디자인을 커뮤니티 회원들이 품평하고 반응이 좋은 것에 한해 선택적으로 실제 제품개발에 들어가는 것이다. 원래의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에게는 수익의 일정비율을 나누어 준다.
레고의 결정은 매스커스터마이징이 단순히 일대일로 개인들의 선호를 반영하는 것보다는, 커뮤니티 내에서 나온 많은 아이디어들을 소비자 품평과 개선활동을 통해 추려내고 최종적으로 디자인팀이 만들어내는 것이 보다 지속적이고 효과적임을 보여준다.레고는 마인드스톰을 움직이는 장난감에서 이젠 로봇으로 발전시킨 마인드스톰 넥스트 (Mindstorm NXT)를 최근 출시했다. 빛이나 터치, 초음파 센서등이 장착되어 있어 주변환경을 인식하면서 반응하는 로봇의 역할을 한다. 사용자가 직접 간단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로봇의 행동과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다.이제 레고는 창의적인 소비자 커뮤니티와 사람들이 직접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로봇 장난감의 출시를 통해서 상당히 신선한 시도들이 가능하게 되었다. 개인들이 상상하여 커뮤니티에 올린 로봇이 레고를 통해 제품화될 수 있다.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소비자가 상상한 로봇을 만들어주는 회사로서의 레고 (Lego)를 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3. 고객 플랫폼으로서 서비스의 가치
글로벌 제조사들은 이미 제품을 서비스화 하여 고객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중이다. 앞서의 나이키와 레고 사례외에도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들도 이러한 고객 플랫폼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이런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제조업의 고객플랫폼화는 제조업이 유통에 의해 가려진 고객과의 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관계의 질 역시 한차원 높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제조업의 고객 플랫폼화를 꾀할 때 전략적으로 고려할 사항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1) 제품과 밀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
제품은 한번 팔고 나면 끝이지만 서비스는 고객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끈을 제공한다. 따라서 핵심 제품군과 관련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제품과 긴밀하게 연동함으로서 제품 자체가 고객 접점으로 진화한다.기존에 제조기업들의 고객 마케팅 접점은 영업소나 콜센터, 정비센터 등이었지만 이제는 항상 고객 주변에 그 관계의 접점이 놓인 것이기 때문에 그 연결 가치는 지대하다고 하겠다.
신발을 만드는 나이키가 애플과 제휴해 만든 신발은 달리는 거리를 아이팟과 연동해 자동으로 계산하고 온라인에서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객의 운동기록이 보존되는 나이키 사이트는 충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고객 제안을 펼칠 수 있는 서비스 마케팅 센터가 되었다.
2) 제품 소비 활동을 커뮤니티로 유도
소셜의 시대가 무르익었다. 고객이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이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으로 재해석 될 수 있을 지 제조기업들도 연구가 필요하다. 초기에 나이키는 자신의 운동기록을 저장하고 운동 습관을 점검하는 툴로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운동기록을 지인과 공유하고 전국적으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달리기 기록을 경쟁하는 게임의 장으로 변모했다.
나에 대한 것으로 시작해서, 가까운 지인 네트웍으로 확대된 후, 최종적으로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발전해 간 것이다. 제품 사용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관심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제조기업들이 아이디어를 낸다면 제품은 소비자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의미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3) 개인화 도구 vs. 협업 생산 도구
글로벌 제조기업들의 고객 플랫폼화는 주로 초기에는 개인화 도구를 제공함으로서 시작했다. 나이키가 자신의 운동기록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하거나 나이키아이디(Nike ID)를 통해 자신만의 나이키 신발 디자인을 허용한 것도 그 예이다. 또는 레고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레고블럭을 만들 수 있도록 디자인툴을 제공했던 것도 비슷하다.
이 상태에서 조금 더 발전하게 되면 소비자들끼리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단계로 제조기업들이 추구하는 것이 소비자를 제품 R&D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협업 생산 (Collaborative Production)이다. 레고의 경우 큐슈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자작 디자인을 제품으로 만들어주고, 판매수익의 일정부분을 디자인 당사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나이키는 협업 생산까지는 아니지만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의 운동기록 데이터를 얻고, 이를 제품 R&D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잠재성을 높이고 있다.최근 협업생산 방식으로 각광받는 대표적인 기업들인 쿼키 (Quirky)나 로컬모터스 (Local Motors)등도 기존 제조기업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상황이다.
4. 3D프린터가 이끌 서비스의 제조화
3D프린터가 서비스의 형태로 접목되어 나타나는 모습은 이미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 특히 빠르게 시장기회를 포착하고 이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중에 쉐이프웨이즈라는 곳이 있다.3D프린터계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기업인 쉐이프웨이즈 (Shapeways)는 5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며 현재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쉐이프웨이즈는 일반인들이 3차원 디자인 파일을 등록하고 요청시마다 3차원 프린터를 통해 실물로 찍은 후 배송해주는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다. 아직 국내에는 익숙치 않지만 30만명 이상의 회원이 이용중이며 이미 이 곳에 등록된 제품만도 60억개가 넘는다. 이곳의 제품은 다양한 소재로 찍어낼 수 있고, 커스터마이징이 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실물 상품 대비 그 숫자가 많이 계상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60억이라는 숫자는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창고가 아닌 온라인 데이터 저장소에 있는 60억개의 제품들은 언제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순간에 3차원 프린터를 통해 세상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있다.
쉐이프웨이즈가 2012년 말에 뉴욕 퀸즈에 세운 공장에는 산업용 프린터 50대가 설치되었고 해마다 100만개의 소비재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모두 Made in USA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상당수가 Made in China 인 것에 비하면 3D프린팅으로 인한 서비스의 제조화가 미국산 제품의 증가를 자연스럽게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보인다.
점차 3차원 프린터가 일반에게까지 보급되고 나서도 쉐이프웨이즈 같은 곳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최근에도 이곳에 들어온 투자금이 꽤 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분명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나름의 가치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대량 생산까지는 아니어도 일정 수량 이상을 찍어야 하는 경우는 산업용 3차원 프린터를 쓰는 이곳의 가격 우위가 계속 높을 것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이미 이루었기 때문에 프린트 소재 비용 등에서 상당한 원가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남아있다. 이미 확보된 60억개의 제품 디자인이 최대의 자산이자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쉐이프웨이즈는 온라인을 음악을 파는 애플이나, 책을 파는 아마존처럼 3차원 디자인을 유통함으로서 수익을 내는 콘텐트 사업자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개인들이 집에 놓인 3차원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는 모든 제품 디자인들이 모여있는 실물 세계를 반영한 가상의 제품들이 모여있는 창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물건으로 찍어낼 수 있는 3차원 디자인에 대한 접근권을 파는 것은 분명 일정 시점에서는 사업화가 가능한 영역으로 보여진다. 그때쯤에는 개인들뿐만 아니라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나 대기업들도 제품이 아닌 디자인 유통을 통해서 수익을 추구할 지도 모를 일이다.
5. 제조의 서비스화가 내포한 미래 가치
전략적 관점에서도 제품을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몇 가지 잇점을 제공한다. 설치 기반으로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경우 지속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제품이 많이 설치되어 있을수록, 그리고 사용하는 비율이 높을 수록 매출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일단 제품이 고객이 있는 곳에 설치가 되고나면 이것이 다시 설치 제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인간 심리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데 설치형 서비스의 경우 쓴만큼 지불하는 후불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미리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경우는 왜 이 물건을 사야하는 지에 대한 자기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후불형의 경우는 물건을 받고나서 이 물건을 왜 반품해야 하는 지에 대해 묻게 된다. 물건을 고객의 손에 일단 쥐어주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왜 해당 물건을 사야하는 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무사통과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상인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공짜로 무엇인가를 쥐어주고, 다른 것의 판매를 제안할 때 이를 거절하기가 좀 더 어려운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무엇인가를 받았으므로 대가를 제공해야한다는 의식이 경제적 동물인 인간의 심리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고객을 유지시키는 힘이 강하다는 것은, 경쟁사쪽으로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가 보다 쉽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조업이 서비스를 접목한 상태에서, 고객과의 대화에도 충분히 나선다면 단지 시장에 제품을 만들어 파는 다른 기업들의 약속으로부터 고객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6. 향후 과제
정리하자면
소비재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들은 이제 제품 자체를 고객 마케팅 접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비스 연계, 소비자 커뮤니티 활성화, 도구 (개인화 및 협업)의 제공을 적극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당장에 성과를 보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제품과 관련된 소비자 접점을 기존의 유통망에서 제조사로 가져온다는 의미에 일차적인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제품을 지지하는 팬을 확보함으로서 기업은 시장에 나가기 이전부터 고객의 참여 (engagement)를 높이고 이를 통해 보다 높은 차원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
[참고문헌] 1. 벨로시티: 디지털 혁명에서 살아남는 7가지 방법, 스테판 올랜더, 아자즈 아메드 공저/백승빈 역, 시드페이퍼, 2012년 11월 출간 2. Nike’s Marketing Mojo, CNN.com, http://management.fortune.cnn.com/2012/02/13/nike-digital-marketing/ 3. How Nike’s Marketing Revolution has resulted in a 40% reduction in TV and Print Advertising in the U.S., Flurry, http://www.fluffylinks.com/nike-digital-marketing 4. The Era of Co-creation, http://www.computerweekly.com/feature/The-era-of-co-creation 5. Lego Digital Designer, http://ldd.lego.com/ko-kr/6. The American Manufacturing Renaissance Has Gone Mainstream, BusinessInsider.com, http://www.businessinsider.com/time-magazine-manufacturing-cover-2013-4 7. Even Wal-Mart Thinks 'Made In The USA' Can Be Competitive Again, BusinessInsider.com, http://www.businessinsider.com/wal-mart-selling-made-in-the-usa-2013-3 8. How ‘Made in the USA’ is Making a Comeback, Times, http://business.time.com/2013/04/11/how-made-in-the-usa-is-making-a-comeback 9. Made in USA, Times, http://business.time.com/made-in-the-u-s-a/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