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 21조 원, 순이익 2,000억 원을 만들어냈습니다. 2019년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는 이들을 최고의 혁신 핀테크 기업 중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아직은 ‘스퀘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블록’의 이야기입니다.
글 조용호(더이노베이션랩 대표)
진화 1단계
모바일 결제에서 판매경영관리로
블록(구 스퀘어)은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와 유리공예가로 활동하던 짐 맥켈비(Jim McKelve)가 공동으로 만든 회사입니다. 이들의 창업은 짐 맥켈비의 유리공예품 판매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00달러의 공예품을 팔 기회가 생겼지만, 고객은 현금이 부족했고 짐 맥켈비에게는 카드 단말기가 없었던 것입니다. 짐 맥켈비는 이러한 불편에 착안해 매장용 카드 단말기를 쓰기 어려운 플리마켓·푸드트럭 판매자를 위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과 동글(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카드 결제를 할 수 있어 소상공인 사이에서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수익성이 낮고 부실율은 높았습니다. 여기서 블록은 판매자를 위한 판매 및 경영관리 시스템으로 진화를 시도합니다. 직원 급여 관리, 판매 분석, CRM 기능, 판매자용 대출, 매장 재고와 연동된 온라인 판매 채널을 지원한 것입니다.
블록(스퀘어) 진화 단계
2009년~
소상공인용 모바일 결제 시작
판매자 네트워크 구축
주요 서비스
모바일 동글기반
결제서비스
01단계
2012년~
대형매장, 프렌
차이즈용 POS
판매자 생태계 확장
주요 서비스
스타벅스 등 업마켓 공략 + 구동형 상품 확장(급여, 대출, 분석, CRM 등) + 옴니채널 지원
02단계
2017년~
디지털 월렛(뱅킹 & 투자)
• 구매자 생태계 구축
• 판매자/구매자 생태계의 연결(BNPL 등)
주요 서비스
소비, 송금, 대출, 투자, 예금, 체크카드, BNPL에 이르는 유사뱅킹 서비스 제공(비트코인 지원)
03단계
2022년~
탈중앙화 금융서비스(DeFi)
• 구매자 생태계 확장
• 블록체인 기반 금융분야로 확장
주요 서비스
• 전통적 뱅킹과 탈중앙화 금융의 상호연동 추구
• 스테이킹, 암호화폐 대출, 보관서비스 등 포함 전망
진화 2단계
디지털 지갑으로 뱅킹과 투자 영역 진입
블록은 유사 서비스를 출시한 아마존의 추격을 따돌리며 선전했고 판매자를 위한 직불카드 서비스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판매자 생태계가 계속 성장한 것과 달리 자체적인 구매자 생태계가 없다는 약점이 계속 남았습니다.
이에 2017년경 블록은 또 다른 성장 엔진을 추가합니다. 캐시앱(Cash App)이라는 디지털 지갑 서비스를 도입해 결제·송금부터 예금·대출·비트코인·주식투자·체크카드 기능을 포함한 것입니다. 현재 캐시앱의 활성사용자(MAU)는 4,400만 명에 이르며 예치금 규모만 2조 원이 넘습니다. 이러한 재원은 블록이 추진 중인 다양한 서비스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BNPL(Buy Now Pay Later) 대표기업인 애프터페이(Afterpay)를 인수해 기존의 판매자 생태계와 구매자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연결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진화 3단계
제도권과 연계된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로 확장
2021년 11월 잭 도시는 트위터에서 공식 사임하며 블록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스퀘어는 블록으로 회사명을 바꾸고 기존의 스퀘어와 캐시앱 사업을 하위 부문으로 남겨두고, 고품질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 타이달(Tidal), 블록체인 플랫폼 스파이럴(Spiral) 그리고 탈중앙화 금융서비스인 TBD1)로 눈을 돌렸습니다.
1) TBD 디지털 및 기타 자산을 모두가 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탈중앙화 오픈소스 프로토콜
블록이라는 회사명과 블록체인에 집중하겠다는 창업자의 의지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블록은 회사 자산의 1%에 해당하는 6,000억 원가량을 비트코인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해 TBD에 대한 백서를 출간하고 전담팀을 꾸려서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기관의 요구에도 부합하는 해법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블록은 오는 5월 ‘애널리스트 데이’ 개최를 공시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블록에 투자하는 것은 1871년 JP모건 은행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는 미국 투자전문가의 기고글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과거의 뱅킹 모델이라면 블록을 미래의 뱅킹 모델로 평가하고, 지금이 투자 초기 시점이라고 진단한 것입니다. 블록이 과연 미래의 JP모건이 될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글 | 조용호 더이노베이션랩 대표
더이노베이션랩을 운영하며 경영 컨설턴트 겸 이노베이션 코치로 10여 년간 기업 혁신 워크숍과 코칭을 진행해왔습니다. 2013년 저서를 통해 빅블러(Big Blur) 개념을 처음 제시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 플랫폼 사업 전환, 신성장 사업 개발 등을 돕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플랫폼 전쟁≫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 ≪비즈니스모델 젠≫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