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더이노베이션랩 조용호
올 한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비드19 팬데믹이라는 전지구적 이벤트를 겪으면서 기업과 가계 부문에 영업부진, 소득감소, 늘어난 부채로 인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반면 기회적 측면에서는 디지털전환의 시기를 당기는 촉매로서 작용하게 되어 향후 5년 걸릴 일이 1년으로 당겨져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이러한 팬데믹이 어떠한 측면에서 기업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지에 대해 한번쯤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서는 10가지로 그 영향을 나누어서 정리해보았다.
1) De-Densify (고밀집도 기반 Biz 모델 충격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민간 자율 및 정부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과거 일정수준 이상의 밀집도를 감안하여 수립된 업계의 비즈니스모델에서 고정비용은 동일한데 매출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향받는 업종이 호텔, 극장, 전시/공연, 여행, 항공분야이다. 호텔은 상대적으로 이전수준으로 완만히 복구되고 있지만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여행과 국제항공 부문은 여전히 회복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 De-Synchronization (수요와 공급간의 동기화 단절)
수요와 공급의 연결성은 보통 특정 공간, 시점에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서 서로의 요구를 채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연결성이 팬데믹으로 인해 불일치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골집에 갔더니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정부정책으로 인해 정상영업시간에 영업을 안하거나 임시휴업에 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반대로 오랜만에 가게를 열었는데 소비자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여 한동안 기다려야 소비자의 발길이 다시 돌아오는 식으로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 이메일, 카톡, SMS를 통해 아웃바운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 존재할수록 이러한 기대 불일치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비교적 쉬울 수 있다.
3) De-Coupled (공급망의 효율성 우선순위 하락)
지난 2008년 미국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전세계적 호황이 유지되었던 근본 이유에는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화폐발행 포함)와 중국의 산업발전에 의해 미국이 중국의 물건을 사주고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사주는 상호윈윈하는 글로벌 교역.금융구조가 동작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화폐를 찍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중국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디플레이션을 수출하는 흐름이 잘 맞아떨어진 10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은 공급망의 효율성을 우선시하여 중국에 생산거점을, 미국/유럽에 소비거점을 두고 이익을 확장해왔다. 중국의 미국대비 GDP규모는 2000년 10%에서 2008년 40%, 2020년은 68%로 성장해왔으며 미국이 패권국가로서의 위치에 대한 중국의 위협을 생생하게 느낄만한 수준에 도달했다. 팬데믹의 발원지인 중국은 올해도 GDP가 성장하는 반면 미국은 가장 큰 피해국으로서 GDP 역성장을 겪게 됨으로서 중국경제의 미국 따라잡기는 더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 미국은 공급망의 효율성보다는 지정학적 효과성을 중심으로 기업의 공급망을 재편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본국으로 생산기지가 회귀하도록 리쇼어링 장려책, 무역장벽 세우기 등을 더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중국기업들의 회계기준을 강화함으로서 자본시장에서도 장벽을 높이려고 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G2(미국,중국)가 공존하던 세상에서 앞으로는 미국의 국제사회 리더십이 약화되며 G0의 세상으로 바뀌는 변곡점에 와있으며 특히 해외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경우 이러한 지정학적 맥락이 기업환경에 미치는 부분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4) De-Humane (비즈니스 연속성 측면 탈인간화)
대한민국은 산업용 로봇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이는 고용구조의 경직성과 높은 임금등이 바탕한 것이었는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하여 산업로봇 뿐만 아니라 서비스로봇 시장에서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의 로봇은 대량생산 체제 및 제조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반면 향후는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필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특히 확진자가 발생하여 생산라인 또는 사옥을 일시 폐쇄해야 했던 경험을 했던 다양한 업종에서 필수업무 부분에서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의 하나로 로봇, AI, RPA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인결제 키오스크, 서빙로봇, 로봇 바리스타 뿐만 아니라 최근 도로관리공단과 네이버가 협약한 고속도로 휴게소 내 스마트오더 등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5) Doubtful (불확실한 미래와 경로위험 증가)
보통 기업들은 시나리오플래닝이라는 기법을 써서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고민한다. 시나리오 중에는 (최악)Worst / (최선)Best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다. 팬데믹은 시나리오를 뽑는데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백신접종으로 인해 집단면역이 완성되어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은 언제일지, 그 사이에 혹시 다른 변수(변종 출현, 백신 부작용 등)가 출현할 가능성은 없는지 등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은 투자를 미루게 되고 가계는 소비를 절제하고 저축에 힘쓰게 된다. 둘 다 경제 회복에 좋은 흐름은 아니다. 다행히 11월 중순에 화이자, 모더나 등이 임상3상에서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백신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이다. 아마 미국 등은 내년 1, 2월에 본격적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미국등 보다는 확진자수가 많지 않아 해외의 접종 후 부작용 여부를 지켜본 후 내년 6월경부터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아마 내년말 정도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하고 경제도 팬데믹의 영향에서 차차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6) Digital Primary (디지털 전환 및 고객연결성 회복)
과거에는 시작점이 디지털인 사업과 오프라인인 사업이 나누어지고, 오프라인 중심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흐름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전환이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당장의 생존 화두가 되었다. 고객과의 연결성을 잃은 오프라인 거점 사업인 백화점, 로드샵, 외식 프렌차이즈, 테마파크 등이 빛을 잃고 있는 대신에 온라인 스트리밍, 구독서비스, 맞춤형 큐레이션, 라이브 커머스, 인디브랜드 등 파편화된 고객의 니즈를 데이터 기반 AI와 물류(배달, 새벽배송, 신선물류)혁신을 통해 발전시킨 디지털 기반 모델들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MZ (밀레니얼과 Z) 세대가 소비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는 듯 하다. 과거에는 온라인/디지털이 오프라인을 보완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온라인/디지털이 메인이고 오프라인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만이 생존의 요건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프라인 기반 사업들의 상당수가 직원의 재배치 및 희망퇴직 등을 진행해 왔으며 이는 내년까지도 기업들의 사업체제가 바뀌는 와중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 Deviate from a course (뉴노멀과 핵심역량의 스윗스팟 찾기)
모든 기업들은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팬데믹이 감안된 비즈니스모델이 아니라는데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기업들은 고객과의 관계성, 디지털 채널로의 이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임시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잠시만 피해있으면 되는 일회성 높은 파랑으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꺼진 듯 해도 드문드문 다시 불길이 되살아나는 산불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특히 팬데믹이 지나가도 경제와 기업환경에 지속될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경제 3주체 (정부, 기업, 가계) 모두 부채가 큰폭으로 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 목적으로 기업은 경영안정을 위한 회사채 발행 목적으로 가계는 생활자금, 투자자금 목적으로 각자 부채를 늘렸다. 해당 부분은 향후 금리가 인상될 때의 충격이 결코 작지 않을 것임을 예견케 한다.
둘째는 소비자 (및 기업) 의 습관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올2월부터 내년 중순/말까지는 어쨌든 지금의 상황들이 유지될 것으로 가정할 때 소비자와 기업은 올초부터 바뀐 환경에서 18개월 넘게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임시적인 행위가 습관으로 정착하기 충분한 기간이고 아마 팬데믹 이후에도 고객을 사로잡는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중에 바뀌는 소비자의 습관에 대해 탐구하고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기업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8) Dive Concurrently (모든 세대가 동시대적 경험을 공유)
팬데믹은 위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세대가 전지구적으로 동일한 경험을 겪게 되는 이벤트가 100년의 시기 중 과연 몇 번이나 있을까. 팬데믹은 많은 사람들에게 보건상의 위험과 경제적/생활적 불편함을 초래했지만 반면 동질 경험을 한 거대 시장이라는 하나의 기회로서의 대상을 낳았다.
마스크를 많이 쓰게 되면 접촉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도 자주 생기고 마스크에 묻어나기도 하는 기존 화장품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은 베스트셀러를 낳기도 한다. 또한 여행지에 가도 홀로 떨어져서 자고 쉬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서 차에서 차는 차박 관련 용품들도 기회를 맞았다.
원격으로 회의를 가능하게 해주는 줌이 급성장을 하는 것 외에도 기존 오프라인 회의에서 필수품이었던 포스트잇, 칠판, 전지 등을 대체할 온라인 서비스들 역시 이전에 없던 수요를 만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생겨난 고객의 새로운 고충들을 탐구하고 잘 해결할 수 있다면 충분히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가 가능한 구조가 나온 것이다.
9) Debt & (Dis-) Inflation (경제주체의 부채폭증과 유동성)
앞서 이야기 한 대로 경제주체들의 빚이 폭증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화폐 발행량이다. 미국의 경우 GDP의 20%가 넘는 수준의 화폐를 신규 발행하여 팬데믹에 대처해 왔다. 금번에 바이든 대통령 체제로 정권이 이관되면 그린뉴딜 등 약속한 공약들의 실천을 위해서 한번 더 막대한 달러의 공급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을 증가시키고 자산가격의 상승, 달러 가치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 국내의 경우 달러가치가 떨어지니 반대로 원화가치가 오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수출기업들에게는 일부 부담이 되고 있고 있다. 금리의 경우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는 내년말까지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이나 주의깊게 볼 부분은 국채금리를 기반으로 한 시중금리의 움직임이다. 통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가 올라가면 채권금리 역시 올라가는데 11월 백신개발 소식 및 돈풀기에 거리낌이 없는 미국 민주당 계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벌써부터 이러한 기대심리가 강해지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많은 국채를 찍어내다보면 채권금리가 더 상승하게 되는 흐름으로 갈텐데 현재 시점은 시중 유동성이 물가상승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도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일부의 우려처럼 더블딥 (이중 경기침체)이 오지 않은 이상 늦어도 내년 중순~말부터는 시중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10) Do@Home (소비/생산공간으로서 집의 재발견)
집은 보통 직장과 학교를 다니기 위해 휴식하는 거주공간의 개념이 컸었다. 금번 팬데믹을 통해 많이 수요가 증가한 제품들을 보면 대형TV, 고성능 노트북(웹캠 포함), 가구(책상포함), 침대, 넷플릭스 등 콘텐츠 서비스 등이다. 이는 집에서 재택을 하며 회사일을 보거나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소비 및 생산공간으로 집의 용도가 재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심한 미국에서는 도심의 작은 평수보다는 자연을 접하기 편한 시외지역에서 큰 평수의 집으로 옮기는 수요 역시 증가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 관계로 각자의 공간과 함께하는 공간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재택근무가 늘어난 부분도 출퇴근의 부담을 줄여주므로 과거처럼 꼭 직장에 가까운 곳에 집이 있을 필요를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이렇게 재정의된 역할로 태어난 집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해졌는데 예를 들면 취미, 운동, 요리, 모임 등을 집에 있으면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들이 그러하다.
운동과 관련해서는 펠로톤, 미러 같이 그룹 트레이닝을 실시간으로 코치와 연결하여 가능케 하는 스마트 홈트레이닝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상 팬데믹으로 인한 10가지 Biz 임팩트를 정리해보았다. 그러면 결론적으로 소셜벤처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어떤 관점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 일반적인 스타트업과 달리 소셜벤처는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기반, 지역기반, 여행/공간/커뮤니티/교육 분야가 많이 눈에 띈다.
이는 하이테크 보다는 로우테크 기반, 기술벤처 보다는 서비스벤처로서의 속성을 상대적으로 소셜벤처들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은 상대적으로 소셜벤처가 금번 팬데믹의 영향에 보다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팬데믹의 위협요소
- 높아진 부채 부담
- 오프라인 고객 연결성 약화
- 사람들간 이동의 제약
- 공간 밀집의 제약
- 소비 절제, 저축증가
- 전세계적 경제 위축
- 오프라인 고객층의 이탈
- 집에서 소비, 생산
- 달라진 소비자의 행동(습관)
팬데믹의 기회요인
- 저금리 기반 높은 유동성
- 디지털 기반 고객 연결성 강화
- 온라인 기반 활동 증가
- 배달, 픽업, 테이크아웃 일상화
- 보복소비 (팬데믹 후 이연소비 증가)
- 전세계적 동질 경험 시장 탄생
- MZ 세대의 부상 (디지털친화 소비층)
- 집에서 소비, 생산
- 달라진 소비자의 행동(습관)
하지만 위기는 용어자체가 위협 + 기회를 합친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팬데믹도 소셜벤처에게 기회로서의 얼굴도 동시에 하고 있다. 위의 테이블에 팬데믹의 위협과 기회를 간단하게 몇가지 언급해 보았다. 거의 모든 위협 요인이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회요인과 일대일 매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달라진 소비자의 행동(습관)은 그 자체가 위협이면서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통령이 된 바이든의 경우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낙심한 가운데 2컷 짜리 만화 하나가 깨달음을 줘서 비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만화에서 신에게 ‘Why Me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요)?’라고 외치는 한 남자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목소리가 전하는 말은 ‘Why Not (왜 너이면 안되는건데)?’였다고 합니다.
팬데믹은 분명히 기업의 생존자체에 숙제를 던지는 큰 이벤트이고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제의 위협를 내일의 기회로 만들어가는 속 깊은 지혜와 단단한 용기가 더 없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끝.